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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5-12-21

 드디어 하얀 입김 나오는 계절. 매년마다 그 해 입김의 모습이 따로 있는 양, 아니면 괜히 처음본 것 마냥 이전 겨울들도 입김이 이랬던가 지난 날들을 떠올리고는 한다. 새삼스레 작년 겨울을 떠올리고, 그 재작년도, 어릴 때 입김이 나오는 걸 보고 신기해하던 때까지 떠오르면 비로소야 매년 나오던 그 입김, 겨울만 되면 변함없이 무심히 뿜어나오는 그것이구나 그만 인정해버리고 만다.


 어릴때 입김은 조금 더 보드라왔던가, 열심히 만지려고 해서 그런건지 괜히 그런 느낌이 든다. 그때는 입김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밌어서 만져보고, 오므리고 불면 입김이 안나와서 괜히 크게 열고 세게 불어보기도 하고, 친구랑 누구 입김이 더 진한지 대결하고 그랬었는데.


 낯선 것에 익숙해져 가는 것은 무섭다. 신기해하던 것을 무심하게 바라보게 되고, 재밌어하던 것을 지나치게 되고, 마음아파하던 것에 눈물흘리지 않게 되고. 예전 기억을 떠올려서 처음 볼 때의 설렘으로 대하려고 해도 얼마가지 않아서 무슨 어색한 연극처럼 변해버리고 씁쓸함만 남는다. 그러고나서 '왜 그렇게 좋아하고 싫어했을까' 에서 '지금은 왜 그렇게 좋아하고 싫어하지 못할까'로 생각이 옮겨가면 그동안 내 몸에 무슨 거추장스러운 장식들만 붙여놓은 것처럼 답답하다. 나무에 비유하곤 했었는데, 살아가는 것 자체가 큰 나무처럼 점점 투박한 껍질들로 내 몸을 감싸는 과정일까싶다. 그래도 여리던 속껍질이 내 안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자꾸 입김같은 사소한 것들로 시험해보면서 어딘가에 남아있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기면서 지나가야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뭔가 부족해서 자꾸 내 속에서 좋았던 기억들을 찾고 아쉬워하는 걸지도 모르고. 불안하지만 담담한 척 그냥 가다보면 지금 모습에도 담아둘 뭔가가 생길거라고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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