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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하실에 버려진 피아노


"나중에 더 좋은 피아노 사줄게."

수영이는 울먹였다. 이제껏 아껴오던 피아노를 버린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수영이에게 이러한 상실은 어린 아이의 본능처럼, 소유적으로 이해됐다. 자신이 피아노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가 스스로 그 기억들을 모두 품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아노에 대해서 품었던 애정과 같은 감정들이 모두 그 안에 들어있어서, 피아노를 버리면 꼭 이러한 감정과 기억들까지 버리는 것 같았다. 자신이 피아노에게 내어줬던 것들이 모두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피아노를 집 밖에 내어다놓은 며칠 동안, 수영이는 그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했다. 하지만 마침내 어느 수거업자가 그것을 가져갔을 때는, 오히려 피아노에 대해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수거업자가 수영이의 추억까지 가져가서일 수도 있었고,  수영이가 아빠가 했던 "나중에"라는 말을 일주일, 길어야 3주 정도로 생각해서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수영이가 느꼈던 것처럼, 추억들은 수영이가 마음 속에 품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피아노 안에 들어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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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0) 201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