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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강릉 여행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갔다. 엄청 먼 곳을 가고 싶기도 사람 없고 조용한 곳에 가고 싶기도 해서 고민하다가 첫 여행은 부담없이 가자는 생각에 그렇게 멀지도 않고 바다도 볼 수 있는 강릉으로 갔다. 원래는 가서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풍경도 스케치하고, 밤에는 하루 동안 보고 느낀 것을 일기로 적어보려고 했는데, 막상 가니 게스트하우스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시간을 다 보내서 그러지는 못했다. 다음에 다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아름답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내 생각 속에 빠져있고 싶다. 내려가는 버스에서도 계속 떠도는 생각이었지만, 깊은 생각을 하고,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싶다. 사실 혼자 있게 되면 어떤 것을 떠올릴 지 대충 예상이 되고, 또 그런 생각에 깊이 빠져드는 게 어떤 면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별 일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 생각으로 인해 내가 달라지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그런 것이 지금의 일상 생활들을 망치지 않을까하는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다. 겁쟁이같기도 하지만, 안그래도 흔들리는 마음이 툭치면 넘어가버릴까, 요즈음은 정말 그렇다. 그래서 그냥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는 게, 괜히 시간이 없어서 생각을 못했다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나를 안심시켜주는 핑계거리가 되는 것이다.

 여튼 여행 속에서 끊임없이 맴돌던 이 문제는 이렇게 해두고, 아래로는 그저 내가 보고 찍은 것들을 펼쳐놓으려고 한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데, 아직은 수평조차 안맞아서 삭제한 사진들이 아주 많다. 돌아다니면서 찍다보면 잘 찍게 되지 않을까 작은 바람을 가진다.



내가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 건물들 사이에 혼자 노란 빛으로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그만 건물이 혼자 노란빛을 띄고 있으니 언뜻 개나리같은 느낌이 든다. 

"나 여기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고 되어있어 주인장분께 물어보니, 짓는 중에 자금을 일정 부분 텀블벅으로 후원 받았다고 하신다. 


도착해서 처음 본 바다! 아이들이 저렇게 노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에 바다가서 놀던 것들이 자꾸 생각난다. 튜브타고 놀다가 나와서 옥수수 먹고, 또 가서 놀다가 다시 나와서 옥수수 먹고 했었는데 옥수수가 엄청 맛있었던게 기억에 남는다..


서울에서는 노을을 볼 기회가 별로 없어 이런 진한 노을을 볼 때마다 괜히 멈춰서서 보게 된다.


엄청 높이 솟아있길래 찍어봤다.


연못에 새들이 정말 조각처럼 앉아있다.


가지 끝에 핀 별


나무 사이로 본 경포대. 주변이 어두워서 그런지 호수 중간에 정자가 떠있는 것 같다.


놀러온 사람들의 작은 축제.


어느 해변을 가도, 해변 앞에는 저렇게 상가가 밝은 불을 밝히며 주욱 늘어서 있는데, 정을 붙여볼래도 흉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바다만큼 차분한 가게들일 수는 없는걸까? 다같이 조금 어두워져도 괜찮지 않을까싶다.


경포해수욕장과 안목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다리. 다리는 예쁘지만, 불빛이 조금 더 깔끔한 불빛이면 더 예쁘지 않을까?


다리 아래에 소원을 빌라고 이런 게 있다! 다만 난 동전이 없어서.. 멀뚱멀뚱 보다 지나갔다.


수상한 형제들. 처음에는 엄마 아빠 아들인 가족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형제들이다. 어린 동생 데리고 뭐하러 온걸까! 저 뒤에 낚싯대가 걸쳐져있는 걸 보니 밤낚시를 하러 온 걸지도! 그치만 동생은 낚시에는 관심없는 눈치다.


"아빠 이렇게 날리는거야!"

"어떻게?"

"이렇게! 잘 봐!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날리는거야!"

"하나."

"둘."

"셋!"


뜻밖의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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