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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고양이 가족 이야기

 외할머니집 고양이 나비가 새끼를 낳았다. 나는 이번 추석에 내려가서 새끼들을 처음 보았는데,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제 다리로 잘 서지도 못하고 꿈틀꿈틀하는 것이 무지 귀엽다. 네 발로 일어서려하면 다리를 아주 부들부들부들부들 떤다. 아직 눈에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지 눈 앞에서 손을 움직여도 눈이 1초 후에나 손을 따라온다. 깨어있는 시간에 새끼들은 제각각 다른 새끼들을 뭔가 약간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곤 한데, 아직 조금 바보같다.


 나비가 새끼를 낳은 것은 벌써 세번째다. 처음에 두마리, 그 다음에 또 두마리를 낳고 이번에는 세마리를 낳았다. 나비는 털이 아무 얼룩도 없이 눈처럼 하얀데, 거기다 양 눈 색이 서로 다르다. 한쪽 눈은 물을 담아놓은 것처럼 파랗고, 한쪽 눈은 호박 보석같은 주황색이다. 첫 새끼들은 둘 다 이런 나비를 꼭 닮아 새하얬는데, 흰 털이 예뻐 이웃에서 기르겠다고 한마리씩 모두 데려가버렸다. 그 이후로 나비는 한동안 어느 정도의 강박과 우울에 걸려버린 것 같았다. 자기가 새끼들을 잘 못길러서 그 조그만 새끼들이 떠나가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두번째 새끼를 낳았을 땐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길렀는데,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새끼들에게 젖을 주느라 몸이 뼈가 보일정도로 말랐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 두번째로 낳은 새끼들은 별 탈없이 잘 자라서 지금도 외할머니 집 주변을 돌아다닌다. 웃긴 것은 나비의 극진한 보호탓인지 사람손을 거의 안타서 사람이 가까이오면 멀리 도망가버리는데, 그러면서 밥 먹으러는 외할머니집에 꼭 찾아오는 것이다. 근처에 사람이 없을 때만 밥을 먹으러오는데 그 풍경이 좀 웃기다. 나비는 사람이 오나 안오나 밥그릇 옆에 앉아서 망을 보고 있고, 그러면 뒤편 언덕길로 새끼들이 슬금슬금 올라와서는 밥을 먹는다. 나비는 아직도 새끼들한테 쏟을 정성이 남았는지, 가끔 맛있는 간식을 주면 먹지는 않고 야옹야옹하고 운다. 그러면 어디선가 새끼들이 와서는 몰래 찹찹 먹고 가버린다. 어차피 밥도 외할머니네 집에 와서 먹고, 자라면서 사람도 많이 봤을텐데 얘들은 지들 혼자 야생이다. 뭔가 숨어있는 척하면... 다 보이지만 못 본 척해주는게 좋다.


 외할머니네 고양이 이름은 전부 나비다. 예전에 살았던 까만 고양이도 나비고, 그 뒤에 있었던 얼룩이도, 지금 흰 고양이도 이름은 나비다. 지금 나비가 몇 번째 고양이인지만 알면 몇 대 나비로 불러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로 전부 나비다. 한번은 우리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외할머니집에 두었는데, 이름이 "꼬비"였다. 외할머니집에서는 꼬비도 나비로 불려버려서, 이름이 꼬비라고 누나가 알려드리니 그 이후로는 모두 꼬비라고 불렀는데, 그 이후에 온 고양이들까지도 꼬비로 불렸다... 약간의 혼란을 겪고 이름은 어느새 다시 나비로 돌아왔다.



귀여운 새끼들. 얼룩진 애가 제일 활기찬데, 맨날 서로 엉겨서 투닥투닥거리고 있다.



투닥거리는 새끼들. 한마리는 나비랑 아빠를 어중간하게 닮았는지 머리에만 검은 털이 송송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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