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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6-10-26

 저녁에 잠깐 잤더니 아무리 누워있어도 잠이 오질 않아서 다시 일어났다. 예전에 쓰려했던 글만 쓰고 다시 자러 가야겠다.


 혼자 자전거 타러 여의도에 갔던 날. 시원한 여름날 밤이라 사람들 속에서 밤 공기가 분주했다. 이런 날은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벌써 혼자 들뜰 채비를 하고 간다. 항상 보던 그런 풍경일 걸 알면서도 오늘은 뭔가 새롭지 않을까, 행여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궁금증을 몸에 두르고 나가는 날.


 한껏 활기차게 버스를 타서, 덜컹덜컹 실려가다가 다시 지쳐버릴 때 쯤이면 드디어 도착이다. 공원에서 자전거까지 빌리면 마침내 작은 여행의 준비가 끝난 느낌. 자전거를 잘 타지는 못하지만, 혼자서 탈 때는 이리저리 속도를 내본다. 느리게 가다가 빠르게도 딛어보고 다시 또 느리게, 왔다갔다하고있으면 괜히 내가 잘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느리게 갈 때는 여유로워보이는 척하는 걸 잊으면 안된다.


 이런 날에는 모든 장면들이 귀엽게 보인다. 내가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서 샛길에서 "고!"하고 출발하던 어린 친구들과 강아지가 다 알아듣는 것처럼 "집에 갈래?"하고 강아지에게 물어보던 아주머니. 만약 그림일기를 쓴다면, 특별하진 않지만 배경 어딘가에 그려져있을 것 같은 그런 장면들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예 저런 장면들로만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밤에 보는 강 물결은 물마루들만 이어질듯 말듯 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모습이 꼭 어떤 거인이 찍어놓고 간 지문같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하고 나면, 괜히 어떤 다른 모양이 더 있진 않을지 찾아보곤 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느끼는 것은 항상 설레는 과정이다. 그리고 새롭게 느꼈던 것이 그 순간 이후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그것을 새롭게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예전의 설렘은 그 순간에만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건 뭔가 길게 쓰고 싶은 이야기인데, 나중에 더 생각해서 써봐야겠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뭔가 뿌듯하기도, 아쉽기도 하다. 친구랑 같이 오면 그냥 재밌게 놀다가서 이런 느낌이 안드는데, 혼자 다녀올 때면 항상 그 곳에 이야기할 누군가를 두고 온 느낌이 든다. 여의도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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