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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글쓰기와 못된 습관

 글쓰기는 참 어렵다. 생각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탱탱볼 같아서 잡으려하면 이리 튀고 저리 튄다. 잡다보면 또 여기저기서 다른 생각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데 두더지잡기 게임같기도 하다. 마침내 생각 하나를 붙들어도 글이 자연스레 써지는 것은 아니다. 잡은 생각 사이로 중요한 뭔가가 미묘하게 보일듯 말듯한데, 그게 도무지 쉽게 글로 풀어지지가 않는다. 내 성격이 게으른 탓인지 그 생각 하나만 잡고 오래 있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냥 메모장에 적어두거나 나중에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떠오르면 써야지하면서 일단 넘겨버리는데, 이렇게 쓰지 않은 글도 세어보면 여럿되는 것 같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좀 더 떠오르면 써야지하고 미뤄두었다가 좀 구체적인 심상이 떠오르면 글을 쓰기 시작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써도 문제가 생긴다. 마찬가지 이유로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이렇다할 심상이 떠오르면 바로 그 느낌만 바라보고 글을 써내려가버린다. 이렇게 쓰다보니 글이 주는 이미지에만 빠져서 글에 깊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처음 생각속에서 떠올랐던 그 중요한 뭔가는 그런 이미지들 사이에 빠져서 희미해져버리기 일쑤다. 

 

 자신감이 이상한 방향으로 자라나있는게 아닌가 싶다. 대충 써도 잘 써지겠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글을 그냥 휙휙 써내려가는 편이라서, 그 빠르게 써내려가는 것에 일종의 자부심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종적인 글 자체는 엉성하고 용두사미같은 것이 많지만, 글쓴이인 내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에 써내려간 것 치고는 괜찮네 하는 쓸모없는 위안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같다. 사실 다른 모든 일에 대해서도 이런 비슷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이든 빨리 잘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배우는 것은 대개 남들보다 조금은 빨라서,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일찍 써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뿌듯한데, 이런 감정들이 하나에 집중하고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몰아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습관을 글쓰기에서 고쳐나갔으면 좋겠다. 떠오르면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차근차근 글로 정리해서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항상 어떤 시나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은 많이 하는데 시도로 옮긴 적은 많지 않아서, 이런 새로운 습관으로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부지런하게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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